핼리팩스에서의 1년
2014년 8월 26일 새벽 한시에 핼리팩스에 도착해, 이곳에서 생활한 지 1년이 넘었다.
그간 내가 겪고, 느꼈던 점들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 핼리팩스를 선택했던 이유
가장 큰 건 아무래도 다른 주에 비해 저렴한 학비였다.
두번째는 말하기 조금 부끄럽지만...
노바스코샤주가 다른 주에 비해 백인 비율이 높고, 인종 차별이 적고, 그 백인들이 매우 친절하다는 소문을 철썩같이 믿고 왔다. 실제로 이곳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긴 하다.
또 하나는 한국인이 비교적 적다는 점.
지금 내가 사는 지역 베드포드, 우리 애들이 다니는 학교엔 확실히 한국인이 적다.
4백명이 넘는 학생들 중 우리 애들 포함 한국인이 일곱 명이고 거의 이민 온 아이들이라 영어가 한국어보다 편한 아이들이다.
마지막은 조용하고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생활 환경인데, 이건 정말 200 퍼센트 만족스럽다.
○ 영어
나를 포함한 대부분 엄마들이 유학 온 이유가 바로 영어이다보니, 1년동안 캐나다 공립 학교를 다닌 우리 애들의 영어 수준을 가감없이 밝히는게 조금은 조심스럽다.
작년에 이곳 학교에 입학할 당시 큰애는 한국 나이 9살, 2학년 이었고, 작은애는 한국 나이 6살, 유치원생 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유학 생각이 있어서 큰애는 한국에서 알파벳도 가르치지 않았기에 둘 다 영어는 완벽히 백지 상태로 garade 3, grade 1으로 입학을 했다.
큰애는 등교 첫 날 웃으면서 학교를 마치고 나왔고, 작은애는 점심때쯤 "애가 울다 잠들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일주일간 울기만 하고, 2시 20분 하교 시간까지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화장실도 가지 않으며 버틴 작은애는 결국 교장 선생님 재량으로 grade primary로 한 학년 내려가게 되었다.
사실 작은애는 만 4세라 학생 비자가 나오지 않는 연령이었지만, 유학원 원장님의 교육청 인맥을 통한 융통성이 발휘되어 grade 1 으로 비자를 받은 매우 드문 케이스였고, 4세는 grade primary가 맞다는 학교 판단에 따르기로 한 것이었다.
작은애는 한 달이 지나자 집에서 한마디씩 영어를 하기 시작했고, 석달이 지나자 가장 낮은 레벨 책을 ( 내 귀에는 ) 원어민 발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큰애는 6개월이 지나자 집에서 겨우 한마디씩 입을 떼기 시작했고, 작은애와 같은 레벨 책을 읽었다.
수학은 늘 만점이었지만, 그 외 사회, 보건, 과학 같은 과목은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그 6개월 동안 나는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지만, 같은 시기에 유학 온 아이들을 보니 우리 애만 그런게 아니었다.
많은 유학생 엄마들이 애들 영어가 너무 늘지 않는다며 캐네디언에게 과외를 받았고 우리 애들은 그나마 나이가 어려 나은 편이었다.
캐나다의 한 학기는 9월에 시작해 다음 해 6월까지 10개월간 지속되니 학교 1년을 다녔다해도 사실은 10개월 다닌 셈이다.
그 10개월이 지나고 방학 2개월동안 매일 두 세 시간씩 티비와 DVD를 보며 지낸 후 개학한 지금,
큰애는 90%는 자기 또래 애들 수준의 영어를 말하고 듣고 읽을 수 있다.
아마도 우리 큰애의 크리티컬 매스가 바로 그 1년이 아니었나 싶다.
1년이 지나면서 영어가 갑자기 폭발하듯이 늘어 나도 놀라울 정도다.
작은애는. 자기가 캐네디언인 줄 안다.^^
영어로 의사소통 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고, 집에서도 영어를 더 많이 한다.
읽기는 자기 반에서 가장 높은 레벨을 읽는다.
1년동안 신기하고, 흐뭇하고, 기쁜 순간들도 많았고 긴장되고 힘든적도 많았다.
핼리팩스를 선택하고 영어 외에 경험하고 얻게 된 것들이 너무나 많아, 이 시기에 이 곳으로 유학온 건 백번을 돌이켜도 잘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언제 집앞에 바다를 두고 살며 매일 그 바닷가에서 산책하고, 차로 5분거리에 아름다운 호수를 두고 살아보겠나.
여름에 그 아름다운 호수에서 무료로 수영 강습받고, 매일 오리들과 함께 수영하고, 카약과 카누를 배우고.
국가대표를 배출한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를 배우고
말도 안되는 레슨비에 LPGA 티칭프로 골퍼에게 골프 개인 레슨도 받고
30만원대에 직항으로 뉴욕가는 비행기를 타보겠나.
나도 아이들도 평생 이곳을 잊지 못할 것 같다.